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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해양 플라스틱 문제의 원인이 아닙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한국, 미국, 유럽의 국가들과 같이 쓰레기 처리 프로세스와 공공기관의 감시 시스템이 확립된 나라에서는 개인이 해양 쓰레기를 만들기 어렵죠. 미디어와 정부는 ‘개인이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인에게 도덕적 책임을 전가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뺏어갔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여러분은 해양 쓰레기에 기여한 일이 거의 없고, 종이 빨대는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은 커녕 커피 맛만 버릴 뿐입니다.

저는 인천 송도에 살고 있는데요, 집에서 서해 바다와의 거리가 1Km 정도 됩니다. 제가 바다 쓰레기를 굳이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공동현관에서 50미터 이내에 있는 쓰레기 배출장을 사용하지 않고,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바다까지 걸어갔다 오는 아주 번거로운 방식으로요.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몰래 버려야 한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다지 효율적이거나, 편리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바다를 이용하기 어려우실 테니, 한강을 이용해야 하겠죠. 한강시민공원까지 몰래 쓰레기를 들고 가서 강에 털어버린다면 한강을 따라 바다로 쓰레기가 유출될 겁니다. 이러한 예로 알 수 있듯이, 동네마다 쓰레기 배출장이 있고 무단 배출에 대한 단속이 촘촘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해양 쓰레기를 만들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길에 버린 쓰레기조차 바람에 날려 강과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공공 인프라에 의해 수거되니까요.

그럼 해양 쓰레기는 주로 어떤 물건들이고, 누가 만드는 걸까요? 이제는 많이들 아시겠지만, 해양 쓰레기는 어업에 사용되는 그물과 부표 등이 주를 이루고요, 페트병과 비닐봉지 등 일반쓰레기의 비중도 꽤 큽니다. 해양 쓰레기를 누가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UN의 자료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전세계 각 나라가 쓰레기를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이 자료는 각 국가별로 관리되지 않는(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색이 진하게 칠해진 국가들일수록 플라스틱 쓰레기의 처리 실태가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원문은 조금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엉망으로 관리하는”이라는 표현(mismanage)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국은 쓰레기 처리 프로세스와 감시 시스템이 확립되어 쓰레기를 땅에 대충 묻기도, 바다에 몰래 버리기도 어려운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분류로 묶인 나라들은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국가들, 일본과 호주가 있습니다. 러시아, 브라질, 칠레, 사우디 등의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 배출량은 8~16% 내외로 비교적 준수한 결과를 보입니다. 선진국 기준으로는 조금 나쁘긴 하지만, 아래 이야기할 국가들에 비하면 그래도 쓰레기를 꽤 잘 관리하는 나라들입니다.

이 분야의 (나쁜 의미의)선진국들은 중국, 미얀마, 필리핀, 인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입니다. 배출하는 쓰레기들 중 70~85% 가량은 관리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죠. 대부분의 쓰레기가 재활용되거나, 최소한 매립지로 수집되거나, 소각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진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나쁜 지표를 보이는 국가의 수치를 살펴보자면 중국 74%, 인도 85%, 인도네시아는 81% 가량입니다.

해양 쓰레기는 쓰레기를 바다에 직접 버려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양도 상당합니다. UN의 자료에 따르면 강을 통한 해양 쓰레기 유입의 80%는 고작 1000개 정도의 강에서 발생합니다. 세계에는 15만개 이상의 강이 있는데, 그 중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강은 극히 일부분인 것을 알 수 있죠.

초록색으로 표시된 곳이 해양쓰레기에 주로 기여하는 강의 분포입니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죠. 또,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국가와 남미 국가들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한국, 일본과 호주는 그보다 적은 하늘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고요.

마지막으로 해양쓰레기의 배출 기여도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역시 진할수록 기여도가 (나쁜 쪽으로) 높고요, 연한 하늘색에 가까울수록 기여도가 적습니다. 해양 쓰레기는 중국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요(전체의 절반 가량) 나머지 기여도는 전 세계에 고루 퍼져 있습니다. 조금 진하게 표시된 브라질, 인도, 미국의 경우가 각각 1.48%, 1.88%, 0.86%입니다. 한국의 기여도는 0.11%입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전체 해양쓰레기 기여율의 27% 가량을 독차지하는 이 분야의 독보적인 챔피언입니다. 전체의 10%정도를 차지하는 2위 인도네시아를 세 배 가까이 앞서죠. 한국 근해에서 발견되는 해양쓰레기의 95%내외가 중국에서 기인한다는 해양수산부 발표도 이같은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해양 쓰레기 배출에 기여한 상위 4개국의 기여도는 다음과 같고, 이 네 나라가 전체의 49.48%를 차지합니다. 중국 27.7%, 인도네시아 10.1%, 필리핀 5.92%, 베트남 5.76%. 앞서 언급한 상위 4개국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미얀마, 방글라데시의 기여도를 합치면 전체의 61.44%가 됩니다.

몇해 전 인터넷에서 널리 퍼졌던 바다거북 빨대 영상에 나온 빨대는, 27% 확률로 중국에서, 10%의 확률로 인도네시아에서, 60% 확률로 한국을 제외한 동남아에서 나온 쓰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출 분포를 보면 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형성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 되겠죠. (대서양에도 쓰레기 섬이 존재합니다만, 규모 면에서 태평양 쓰레기 섬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세계가 만든 문제도 아니고, 한국에 사는 우리가 기여한 문제도 아니고, 전적으로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만들어 낸 사태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문제인 것이죠. 이같은 데이터를 두고 한국에서 에코백과 종이빨대 타령을 하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압박을 가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당신들 개개인이 문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일갈하는 전형적인 Victim Blaming인 것입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냐고요? 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할 필요도 없고, 더 잘한다고 기여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종량제 봉투와 분리수거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굳이 아무데나 버리시겠다면 바다나 강에서 좀 떨어져 있는 길가에 버리시면 되고요.

한국도 90년대 이전에는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국가였지만, 95년도를 기점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줄여갔습니다. 아마 처음 들으시는 말이겠지만, 당신은 쓰레기 처리를 정말 잘 하고 계시고, 해양쓰레기 문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계십니다. 우리로서는 개인이 노력할 문제가 아니라, 억울함을 토로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 정부와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양쓰레기 기여도가 높은 국가의 쓰레기 관리 시스템을 지적하고 압박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어디 중국이 그런 이야기를 고분고분 따라주는 나라이던가요? 그렇기에, 해양 쓰레기 문제는 어지른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에 속을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잘 하고 있고, 중국은 못 하고 있으니까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도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친환경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갖게 만드는 미디어와 비건들과 환경단체의 선동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로 반박할 뿐입니다. 팩트에 기반한 여론으로 맞서는 것만이, 지구를 진짜로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UNEP – 플라스틱 오염에 대처하기
Visual Feature | Beat Plastic Pollution

포천뉴스 – 해양수산부 자료를 근거로 최춘식 의원실에서 발표한 국내 해양 쓰레기 지표
https://www.pcnt.kr/35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