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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례로 보는 탈원전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외치며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크게 지원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사고 위험성이 없고, 친환경적인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전기 발전의 주축을 옮겨야 한다는 말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탈원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고, 특히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절대로 시행하지 말았어야 하는 정책입니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들을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력망은 은은하게 타오르는 숯불입니다

전력망은 여러 발전소와 송전탑과 변전소와 집 앞 전봇대, 그리고 여러분의 집에서 켜고 끄는 전등, 드라이어, 컴퓨터가 모두 엮여있는 아주 복잡한 거미줄입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전력망의 유지를 위해서는 전력망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이 은은하게 타오르는 숯불처럼 일정해야 합니다.

물론, 계절과 시간에 따라 전기 수요는 바뀌죠. 그런데 그런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급격하지 않고 예측 가능합니다. 집에서 사람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나, 에어컨을 세게 트는 시간 등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으니까요. 발전소는 마치 큰 배와 같아서 발전량을 빠르게 늘이고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예측을 통해 움직입니다.

전기 수요가 낮은 때에 전기를 많이 밀어넣으면 연결된 전자기기들이 과전압으로 불타버리고, 전기 수요가 많을 때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전이 일어납니다. 마치 물탱크 없는 수도관같은 것입니다. 전력망의 유지는 그 순간에 반대편에서 쓰는 만큼만 만들어내야 하는 아주 정교한 작업입니다.

이러한 전력망 운영의 주춧돌이 되는 것이 바로 원자력입니다. 물론 원전의 경우도 느리게나마 발전량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지만, 원전의 기본적인 역할은 전력공급의 든든한 바닥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언제나 일정한 수준의 전기를 만들어내면서요. 전기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낮시간에는 발전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화력 발전이 그 위를 책임지고요.

그런데, 환경애호가들이 좋다고 들이미는 태양광과 풍력은 이러한 전력망의 조화를 단 숨에 깨버리는 녀석들입니다. 아니, 친환경이니까 다 좋은 것 아니냐고요? 친환경 한다고 당신 집의 컴퓨터와 냉장고가 갑자기 스파크 내면서 터져버리면, 아마 그런 말씀 못 하실겁니다.

태양광은 전력망을 위험에 빠뜨리는 에너지원입니다

태양광이 왜 이런 조화를 깨버리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덕 커브라고 불리는, 전기 발전과 친환경 에너지에 있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림입니다. 특히 태양광을 에너지 믹스에 많이 배치한 나라들에서 보여지는 특징이죠. 그래프가 요동하는 각도가 클 수록, 전력망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단독주택 위주인 유럽과 미국의 주거 환경에서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하는데요, 낮에는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받아 쓰다가 늦은 오후가 되는 순간 모든 집들이 전력망(전봇대)에서 전기를 끌어오기 시작합니다. 태양광 발전량이 정점을 찍는 정오에는 전력망의 부하가 적고, 늦은 오후가 되면서 급격하게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수요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아까 언급했듯, 전기의 발전은 “그 순간”의 수요에 항상 발맞춰야 하고, 급격하게 늘이거나 줄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태양광같은 불안정한 에너지원을 전력 계획에 많이 섞을수록 전력망의 안정성은 떨어집니다. 해가 쨍쨍한 아침에 태양광에서 급격하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순간 과전압이 발생해서 수만 대의 컴퓨터가 터져버리거나,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우는 때에 정전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순간적인 부하의 요동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ESS입니다. 태양광이 급격하게 전기를 많이 만들 때 배터리로 잉여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떨어질 때 뱉어주면서 전력망의 요동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글쎄요. 핵 폐기물이 나을까요, 폐 리튬 배터리를 산더미처럼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 좋을까요?

탈원전에 앞장선 독일, EU의 골칫거리가 되다

우리나라에 앞서 성급하게 탈원전에 앞장섰던 나라가 있죠.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부로 원자력 발전소를 더이상 가동하지 않고 있죠. 그린피스는 “독일 탈원전 결정은 전력 공급의 탈탄소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다소 황당한 논평을 냈는데요, 탈원전이 EU 전체에 가져온 혼란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유럽의 전력망은 우리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송전선이 국경을 넘나든다는 것이죠.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전력망을 공유합니다. 프랑스에서 전기가 남을 때, 벨기에와 독일로 보낸다든지 하는 식이죠. 물리적으로 더 큰 전력망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독일이 은은한 숯불을 다 꺼버리고, 토치와 캠프파이어를 들고나온 상황이 된 겁니다.

원자력을 버린 독일의 전력망은 그야말로 트램펄린이 되었는데요, 문제는 그 트램펄린의 요동을 옆 나라들이 받아줘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낮에는 옆 나라로 전기를 엄청나게 쏘아보내고, 늦은 오후가 되자마자 옆나라의 전기를 미친 듯이 끌어오는 상황이 된 것이죠. 자기들은 원전 걷어내서 좋다고 자축하는데, 옆나라 발전소 근무자들만 죽어나는 꼴입니다.

게다가, 마땅한 대책 없는 탈원전을 강행하느라 전력 발전에 있어 석탄과 가스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내는 전력 단위당 프랑스보다 8배 많은 CO2를 배출하는 나라가 되었죠.

잠가라 밸브 하면 어쩔건데?

독일이 탈원전을 하던 타이밍에,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와중에, 그 기조에 따라야 하는 유럽 큰형인 독일은 아주 난처하게 되었죠. 미국이 때리니 나도 같이 때리긴 해야겠는데, 원전은 다 꺼놨고 전기를 안 쓸수는 없으니 러시아에게서 가스를 사와야 했거든요. 국가 안보상 발생하면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나버린 것입니다.

국가 안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반도로 돌아와 보죠. 우리는 섬에 삽니다. 로켓맨과 삼면의 바다에 둘러싸인 채로요. 북한을 빼놓고라도 중국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적성국이고, 일본은 겉으로 동맹인 듯하지만 믿을 곳은 되지 못하죠. 자 멋지게 탈원전을 진행한 친환경 저탄소 미래 대한민국을 상정해봅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남중국해 영향력 과시를 위해 제1도련선에 대한 해상봉쇄를 진행한다면?

대한민국은 그대로 고종황제 시절로 돌아가는 겁니다. 낮에 반짝 전기 쓰고, 밤에는 피할 수 없는 암흑이 찾아오겠죠.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에, 한국은 오히려 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크게 늘리는 쪽이 국가 안보상 더 옳은 길입니다. 친환경이니, 저탄소니 하는 것들은 먹고 살만할 때 욕심을 내보는 것이지, 국가의 존망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대한민국에서 대가리가 깨져도 탈원전을 외치는 건 정말이지 멍청한 일입니다. 대가리가 깨지는 것보다 원전 이고 내 나라 내 땅 지키며 사는게 낫습니다. 훨씬요.

그래서 결론은?

그래도 탈원전이다! 외치신다면, 설득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보면 원자력이 답이라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수 킬로그램의 연료로 수십만 명의 에어컨과 컴퓨터와 전등을 켜주는 건 원자력밖에 없거든요. 물론 저도 핵융합이나 다이슨 스피어같은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좋겠지만, 우린 아직 원자력이 최신 기술인 현재를 살아가고 있죠.

친환경 하지 말자는 것 아닙니다. 하면 좋은 것이고, 해야죠. 석탄 사용량이 줄면서 해결된 영국의 스모그 문제처럼, 해결법을 찾아아죠. 다만, 제가 이야기하고싶은 건 친환경 저탄소를 위해 대한민국이 짊어져야 할 분명한 리스크가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도 리스크지만, 당장 서울에 대포를 조준해 놓은 북한은 더 큰 리스크고, 중동으로부터 들어오는 석유를 단숨에 끊어버릴 수 있는 제1도련선 해양 봉쇄도 리스크거든요.

정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드는 건 무지성으로 달려드는 돌격정신이 아니라, 상황을 누구보다 차갑게 바라볼 수 있는 이성과 냉철함입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친환경 운동은 국제정치와 안보에 대한 현실감각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현재의 형국이 유지되는 한, 탈원전은 절대 쳐다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거든요.